친구와 나의 고질병이 있는데 오래 자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는 그래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스타일이지만 친구는... 한 번에 7시간 절대 넘지 않는 걸어다니는 자명종이다.
새벽 4시쯤 잠들어서 9시쯤 일어나 스멀스멀 씻고 이케아를 가보기로 했다.
내가 정말 이케아를 좋아하는데 한국에는 큰 매장이 없다보니 가여운 나를 위해 모두가 일찍부터 움직여주었다.
아무래도 주말이다보니 차가 좀 막히긴 했다.
그래도.. 역시 서울보다야 양호한 편
친구 집이 한국으로 비교하자면 판교 신 도시같은 곳이라 근처가 크게 붐비진 않았다.
이사한 집의 커피머신을 내가 골라주기로 했는데, 아직 제대로 보질 못해서 우리가 있던 동안에 집에서는 커피를 못 마셨다.
친구도 우리가 놀러 온 주에 이사를 들어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보니 이런 디테일까지 챙길 여유가 없어 보였고 ...
착한 나의 친구는 아침에 일어나서 카페인이 필요하다며 울상이 되어있는 어글리 코리안(;)을 스타벅스로 인도해주었다.
햄 치즈 크로와상은 5년전 내가 왔을 때 아침으로 자주 먹었던 메뉴다.
대만 음식이 입에 잘 안 붙어서 고생하는 나에게,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스타벅스로 먼저 데려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몇 개 시켜주곤 했는데 그 때에도 그런 배려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직접 고맙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쑥쓰러워..)다녀온 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처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5년만에 다시 이 상황이 온 것이 참으로 이상하게 기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라떼 리드도 우리네 모양과 조금 다르다.
가볍고 좀 더 동글동글한 느낌 ...약간 헐거운 느낌도 있고 -
다들 차분하게 한 모금씩 마시는데 , 5초만에 그란데를 다 마시고 또 한 잔 오더해서 마셨다.
공복에 마시는 아이스라떼는 ...어우 카페인..
아침대용으로 간단하게 요기하고 차로 다시 돌아왔는데 이런 냅킨이 있었다.ㅎ
얼마전에 영국에 비지니스 차 다녀온 친구가 나에게 주려고 사왔단다.
귀여워서 몇 개 뜯어서 썼는데 이게 다 파운드라면 (!) 다들 웃고 넘겼지만..웃지않고 나만 혼자 진지하게 사진을 찍었다.
스타벅스가 까르푸안에 있어서 바로 옆으로 차만 돌리면 이케아가 있다.
이케아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맨 윗층으로 올라가서 둘러보기 시작 !
눈이 나올 것처럼 좋아하는 나를 보고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친구가 지켜봤다.
근데 넌 모를거야... 한국엔 없어
(이케아가 들어온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것도 곧 이겠지만 별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입 될 것 같지 않아 크게 기대는 안한다.)
어떤 것을 구입하더라도 맨 윗층먼저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친구는 이케아가 별로란다.
그렇지만 난 좋단다 친구야 ... 좀 참아봐..
제일 처음에 들린 코너에서 만난 채소 친구들 - !!
정말 너무 앙증 맞고 귀엽다. 질감도 보들보들 좋아서 당근과 브로콜리 둘 다 사왔다.
가격은 만 오천원에서 이만원 사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특히 당근은 안기도 좋아서 침대 옆에 놔두고 자주 찾게된다.
하나 더 사와서 조카 줄 걸 이제와서 이상한 후회 한 번..
무진 사고 싶었던 시계
장식용으로도 좋고 실제 활용하기도 상당히 괜찮을 것 같아 보였는데 이걸 가져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도저히 도저히 나의 짧은 머리로는 답을 찾을 수 없어 울면서 헤어졌지만 - 우린 아직 정말 헤어진게 아니라 믿는다. (궁서체)
하.. 사고싶다.
아.. 사고싶다 ....
2시간 30분을 이케아에 넋을 놓고 다녀서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다.
친구가 정신차리라고 흔들어대며 시계를 보여주니 2시간이 훨씬 지나있어서 나도 놀랐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 꼭 다시 들러야 하니 그때에 제대로 다시 봐주겠다고 약조하고 뒤 돌아 아랫층으로 옮겨왔다.
2시간 여 동안 돌아다니면서 골라 온 인형이랑 , 스콘 놓은 작은 나무 도마 , 냅킨 정도만 사오고
가장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로 가서 아이스크림 사려고 줄을 섰다.
여러가지 팔긴 하는데 우리는 아이스크림 선택
요거말고
이! 소프트 아이스크림
요거요거 ~ 아이스크림 맛있다.
크리미하고 진한 맛이 있는데 느끼하진 않다 .... 후딱 먹고 하나 더 먹고싶었지만 식사 하러 가야해서 참았다.
이후에 친구집에서 다 같이 모이는 자리가 있어서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사진보니 또 먹고 싶다 ... 10원이라니 한화로 350원 가량인데 맛은 그 이상이다.
사랑해요 이케아 (궁서체)
이케아에서 산 물건을 챙겨 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오니 이런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다.
친구가 부모님 집에서 새로운 공간으로 나오게 된 것도 있고,
우리들과의 만남도 좋아하셔서 여러가지 음식을 장만해주시는 자리를 특별히 만들어 주셨다.
아무래도 내가 향신료에 굉장히 취약하다보니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없는 점이 슬펐지만 대체로 맛있었다.
저 테이블은 섹션 3개 중 한 군데이기 때문에 디저트와 음료는 찍지 못했지만 그 부분도 신경써서 준비해 주시고해서 감사했다.
정말 ... 부모님이 어쩜 이렇게 다정하신지 매번 감동.
맨 왼쪽에 있는 밥은 향신료 향기가 조금 나지만 약밥같아서 생각보다 맛있었다. 고기와 죽순이 들어가 씹는 맛도 있고 ..
우리가 먹는 모습을 초 집중 해서 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는 나의 저질 발음 하오츠-가 절대 전달되지 않아,
간단한 영어나 아이패드에 있는 한자 키보를 이용해서 소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땀흘리며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이뻐해주셔서 참 다행 (;)
계속 많이 먹으라고 하셔서 이것저것 정말 엄청나게 먹었다. 현기증 날 정도로 ...
너무 먹기만해서 방안에 잠시 들어와 있는 동안 찍은 이케아 물품
우유 거품기가 2천원이 안 했던 것 같아 지인들 것 까지해서 여러개 샀다.
귀여워서 산 건데 크게 사용하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은 뭐지 -
잠시 방안에 앉아있는 사이에 친척분이 노크하며 괜찮냐고 물으셔서 다시 거실로 나가앉아 받은 티 푸드 꾸러미들 중 하나 ..
이 때는 배가불러 정신이 혼미해서 맛도 기억이 잘 안나는데 먹은 것 중에는 가장 입에 잘 붙었다.
가장 맛있었던 과자 포장은 토끼모양으로
월병이라고 하나...?
이 케이크안에는 고기나 카레가루로 양념이된 소가 들어있는데 특유의 향 때문에 난 포기하고 친구만 맛있게 먹었다.
친구는 나 무례한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손가락질 했지만 난 당당하게 웃음으로 무마
끊임없이 먹을 것을 내어주셔서 쉴틈없이 먹고 있음에도 중간 중간 리프레시 하라며 유자를 주셨다.
우리나라에서 유자음료를 만드는 것과 전혀 다른 모양과 맛의 과일인데 상큼하고 맛있다.
아주 달지도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많이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고 ..
이 후로 이 과일 집으로 어찌 가져올 방법이 없을지
친구와 난상토론을 해보았지만 역시 우리의 두뇌 용량으로는 불가능해서 탈락
유자 안의 모양은 오렌지와 비슷하다.
대만에는 이 유자의 껍질을 벗겨 아이들에게 모자처럼 씌워보는 전통(?)이 있다고해서 내 머리에 친히 씌워주시고
사진까지 아주..많이 찍으셨는데 .. 창피해서 땅으로 꺼져 버릴 뻔했다.
가뜩이나 내 사진을 남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당황 스러웠지만 부모님이 진지하게 사진기를 들고 계셔서
입꼬리를 부들부들 떨며 .. 포즈를 취해 드렸다.
유자를 먹고 있으니 주신 밤부 땅콩
요것도 슬쩍 달달한 맛이 가미가 되어있어 대만 일정동안 맥주와 함께 잘 챙겨먹었다.
친구들에게 나눠 줄 요량으로 많이 사오기도 했는데 단거 싫어하는 지인들은 많이 달다고 하니 호아호가 있는 듯 ...
여기까지 챙겨먹고나니 더이상은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는 위험 신호가 와서 주시는 음식들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나서는 돌아가시는 친지분들 배웅하고 돌아와..
상 치우는 것을 거들지도 못한 채 방에서 골아 떨어져서 푹 자버렸다.
그리고 부스스 일어나 받은 저녁상 (..)
점심 때 우리가 잘 먹었던 음식들을 좀 추려 놓으시고 죽순을 추가해서 요리해 주셨는데 매콤하고 맛있어서 또 많이 먹었다..
잘 먹는다며 좋아해 주셔서 그것만으로 나는 만족한다. 내 몸은 이미 틀렸으니까 ....
저녁을 먹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어머니 아버지가 아이스 몬스터로 데려다 주셨다.
기본적으로 망고를 즐겨먹지 않을 뿐더러 태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도 망고를 내 손으로 사 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부모님의 권유도 있고해서 아이스몬스터에 가니..
그 다음날이 대만의 휴일인 관계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어서 경악 - 앜
테이크 아웃해서 근처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간단하게 빙수를 맛보기로 하고 20분가량 기다려 망고 빙수 2개를 포장해왔다.
요렇게 모양잡힌 망고 아이스크림도 있다.
우리가 주문한 망고빙수.
빙수 종류가 더 있었는데 이게 제일 맛있다는 친구 추천으로 이 빙수로 당첨.
땀 흘리며 받아든 망고 빙수 2개를 공원에서 시원하게 먹었다.
지나치게 달지도 않고 새콤달콤하니 맛도 있고 다 먹고 난 후 잔여감도 덜해서 깔끔하게 딱 기분이 좋았다.
열심히 빙수까지 먹고나니
아 오늘은 정말 더는 못 먹겠다 .. 싶어서 야시장까지는 차 말고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천천히 걸어서 야시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표지판이 2개의 야시장이 있음을 알려준다.
5년 전, 이 야시장을 처음 왔을 때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좀 더 정신없었고 훨씬 먹거리 시장의 분위기가 있는 정말 살아있는 야시장의 모습이었는데 ..
지금은 남대문 동대문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어 구경할 만한 것도 많지 않아서 서운했다.
지난 풍경과 많이 달라졌다고 친구에게 말하니 그 동안 많은 정비가 이루어져서 예전과는 조금 다를거라고 했다.
사람에 치이며 이것저것 신기한 음식들을 잔뜩 먹어보던 내 모습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만큼 완전히 다른 시장의 모습.
친구가 목 타 하길래 한 잔 대접하고 다시 시장 구경
그러다가 만난 포실포실 순둥이 강아지.
사진 찍으려고 하니 견주가 친절하게 포즈까지 취해주었다. (사진은 도촬st.)
시장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만나게된 찻 집.
이 브랜드의 차는 마셔본 적이 없어서 야경을 보러 가기 전 아이스티 (우유/설탕 제외)를 샀다.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 주로 영국산을 사용해서 우리 셋에게는 친근한 향과 맛이다.
아주 진해서 아이스로 마셨음에도 끝까지 향기로움을 잃지 않아 참 좋았다.
대만답게 그 옆에는 코코가 있었고
우리가 산 차에는 영국 Tube가 그림으로 프린트 되어있다.
가격도 저렴해서 1500원 정도였던 것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런 티를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또 아이스티를 들고서 차로 이동한 곳은 .. 5년 전 야경을 보러 왔던 곳과 동일 한 곳
친구가 이 곳이 기억 나냐고 하며 같은 곳으로 차를 돌려 올라가는 그 길이 이렇게도 생생하게 기억 날 줄이야.
내 기억 속 대만은 관광장소가 아닌 내 친구의 집이었다.
아직까지 같은 경우를 찾을 수 없을만큼 다정한 친구의 부모님 ... 그리고 그 가족들과
이동 중에 들렀던 모든 장소 .. 그 때 우리가 했던 이야기들 같이 나누었던 음식들과 음악들이 그 어떤 여행보다 값진 기억이다.
야경을 보며 말 없이 앉아있는 수 분 동안 아 .. 이런게 진짜 행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눈물이 살짝 났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고 이런 시간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 잘 알기에
이런 시간이 참 소중하다.
잠시 이 곳에 앉아 아이스티를 마시며 예전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보니 시간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게 새삼 느껴졌다.
추억이 많은 사람은 그 어떤 사람보다 부자라는 말에 공감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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